옛날옛날 그 때는 아침이던 밤이던 달이 날마다 떠 있었습니다.
그 덕에 눈이 부시지도, 어둡지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화한 날들의 연속이었죠.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못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아픈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낮과 밤도 존재하지 않았죠.
그 때는 여행자라고 칭해지는 사람이라고는 딱 세 명뿐 이었습니다. 온화한 이 세상에서 모두들 농사꾼이나 어부, 재판장, 사냥꾼이 되려고 했지 어느 누가 세상을 힘들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떠돌이가 되려고 했겠어요.
하지만 세 명의 친구들은 세상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얻으며 다녔습니다.
그들은 늘 배고팠지만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마임으로 맛난 사과 먹기 놀이를 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들은 못생겼지만 개이치 않았죠.
얼굴로 온갖 것들을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모든 것을 발견하고 다녔죠.
겨울을 참고 견뎌내어 봄에 피는 첫 꽃봉오리를 발견할 때면 그들은 행복했어요. 지나가던 길의 민들레도 그들은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죠.
하지만 그들에게도 슬픈 비밀이 있었습니다. 달빛만 받으면 한 친구는 괴물로, 한 친구는 요정으로 변한다는 사실이었죠. 해서 그들은 항상 여행을 다녔던 것이었습니다.
이때는 달이 하루 종일 떠져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죠?
세 친구들은 매일 마다 달을 피해 어두운 숲속으로 혹은 동굴을 통로 삼아 떠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달빛을 받을 때도 있었죠.
나뭇잎 사이에 비치는 달빛, 돌 틈에 스며드는 달빛은 차마 피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럴 때면 세 친구는 어김없이 괴물과 요정으로 변했죠.
괴물은 두 요정을 괴롭히고 할퀴고 때렸습니다.
괴물이 변했던 친구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두 친구들은 상처투성이가 되곤 했죠. 하지만 그들은 달빛만 받으면 괴물이 되는 자신의 친구 곁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없다면 괴물이 되어버린 친구를 막아주거나 보살필 사람이 없으니까요.
괴물로 변하는 친구는 고심 끝에 하느님께 소원을 빌기로 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원에 들어가 두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하느님께 빌었어요.
“하느님 괴물로 변하는 제가 친구들을 괴롭힙니다. 저는 달빛만 받으면 괴물로 변하곤 하면서 친구들을 다치게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또 다치게 할까 두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소원을 빌고 고개를 들자 앞에는 튼튼한 철창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았죠.
그는 스스로 철창 안에 갇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친구들과의 여행도 포기하고 날마다 철창 안에서 괴로워하며 울부짖었답니다.
남은 두 친구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하느님께 또 한 번 소원을 빌기로요.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던 산으로 올라가 두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하느님께 빌었어요.
“하느님 달빛이 저희의 친구를 괴롭힙니다. 그 친구는 달빛만 받으면 괴물로 변하곤 해요. 하지만 괴물로 변하는 친구는 지금 스스로 철창 안에 들어가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달빛을 없애어 이 괴상망측한 일을 해결해주세요. 혹 이것이 어렵다면 달빛이 나오는 시간을 줄여주십시오.”
그들이 소원을 빌고 고개를 들었지만 앞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고 두 무릎과 머리를 바닥에 대고 하느님께 사흘 밤낮을 빌었습니다.
5일째가 되는 새벽녘 즈음 두 친구의 귀에 어디에서 들리는지 모를 소리가 들렸습니다.
“좋다. 하지만 너희들의 소원은 먼저 나에게 빌었던 아이의 소원과 배반되는 일.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뒤흔들 만한 일이다.
그 댓가로 너희 둘의 목숨을 가져갈 것이다.“
두 친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는 태양이 생겼고 더움이 생겼고 추움이 생겼습니다. 온갖 만물에 차이가 생겼고 그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자가 존재하게 되었죠. 또한 아픈 이와 건강한 이가 생겼습니다. 온갖 것들에 반대가 생겼죠.
또한 그와 동시에 두 친구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아침마다 해가 뜨고 밤마다 달이 떴습니다. 달빛만 받으면 괴물로 변하는 친구는 이제 아침에는 즐겁게 여행을 다니고 밤에는 조심하며 잠에 들면 되었죠.
하지만 혼자 남게 된 친구는 슬프고 외로웠습니다. 매일 울어 눈은 빨개지고 코는 크게 부었죠.
하지만 그는 광대일을 그만둘 수 없었어요. 두 친구와 함께 하던 일이니까요.
그는 빨게진 눈을 가리기 위해 진한 분장을 하고 팅팅 부운 코에 빨간 코를 부쳤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했었던 것처럼 세상 이곳저곳에 떠돌아다니며 온갖 것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죠.
그래요, 이게 온 세상 모든 광대들 중 첫 광대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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