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8일 화요일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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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너는
아주 눈부신 구슬 같다.
우리가 나이가 먹으면
너는 마치 빨갛고 노란 노을이 될 줄 알았다.
아님 호탈한 욕쟁이 할머니 말야.

간만에 널 다시 보니
참 푸르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가지는 너의 끄덕임이고
뺨을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은 너의 말로 생각했다.

어제는 너가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야한 얘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간지럼도 태우고.
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거하게 동동주나 한사발 했을 거야.

사람은 그렇게 강하지도 않은가보다.
넌 어쩐지 내 가슴에 생채기인냥 남아있다.
널 생각하면 눈이 아리고 세상이 아득해진다.

너의 눈동자 속눈썹이 제법 길었는데.. 눈도 동그란 것이 이쁜 상이었어.
코의 생김새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똑했지.
너의 키가 얼만했지? 나보다 아주 조금 컸는데.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결코 작아보이지 않았어.
너의 코의 모양은 어땠지? 잘 기억이 안나.
둥그렇고 작은 얼굴, 그 손, 네 목소리, 좋아하는 담배의 종류가 뭐였지? 자주 입고 다니던 옷은....
아주 가끔 쓰던 가발은 기억이나. 소리 크던 웃음, 붉은 뺨, 입술이 많이 얇았나?

처음에는 또오렷했던 것이
점점 희미해진다.

겨우 일년인데. 난 너를 많이 잊고 있나봐.
그러면서 점점 난 너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너보다 언니가 되면 어떻할까? 아마 울지도 몰라.

그치만, 그래도, 그러니까 잘 살게. 괜찮지?

이제 널 생각하면 푸를거다.
그래. 매년 4월마다 보러갈께. 푸른 하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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