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3일 목요일

이천구년칠월이십이일

하루에 꼭 한번은 쓰고, 읽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이런 일이다.
불타는 연애나 화끈한 감정의 나락보다는
소소하게 나를 정리하고 다져나갈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공부'와 '토론' 그리고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불타는 마음과 움직임은 공연을 하면서 다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 오늘 당산역에서 집으로 오는데 지하철 역사에서 승무원이 혼자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그는 너무 피곤하고 또한 지루해보였다. 나는 웬지 그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은 그 의자뿐이 없는거구나 싶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역사에 승무원이 적어도 두 세명은 있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그들은 마그네틱 표를 팔고 카드를 충전해주고 불법시승을 한 사람들이 없는지 관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카드 표를 끊어주고 교통 카드를 충전해주는 덩치 큰 기계가 역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그들이 할 일은 사람들이 잘 내리고 타는지, 불법시승을 한 사람들이 없는지 관찰하는 일 뿐이다.
 이렇게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지하철 1호선의 어떤 구간은 지하철 승무원이 없이 기계 스스로 가기도 한다.

 그들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자본가가 건물을 세울 때 비싼 로봇값을 내느니 (사실 그런 로봇이 있지도 않지만) 싼 값에 부려먹을 수 있는 막노동일?
위험한 공장일?
가게주인? 알바?
기계에게 쫓겨난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승무원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지하철 승객들은 얼마나 될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계의 딱딱한 터치패드를 만질 때 승무원들의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추억하는 이들이 있을까?
후에 인공지능 로봇이 나왔을 때 인간은 로봇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는 걸까?


2.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 집 앞에 '왕에 두마리 치킨' 집이 있었는데 어느날 없어졌다. 나 그치킨 좋아했었는데.. 그 옆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물이 우뚝 세워졌다.
당산역에 9호선 전철역이 들어왔는데 길 닦아 놓은 것 보면 한마디로 '삐까뻔쩍'하다.
콘크리트 바닥이었던 한강변이 다 뜯어지고 일주일 뒤에는 초록 잔디밭이 들어왔다. 그 잔디는 마치 원래부터 거기에 있는 듯 하다.

내 주위에, 내 동네에 30년이 넘은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어떤 전설도, 이야기도, 사람도 오래 된 것이 없다. 심지어 내 마을도 없다.
오래 된 것들은 쉰내 나는 취급 당하며 저 구석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그 오래 된 것들을 추억하는 이들은 노인이다.
하자 센터 앞마당의 공사가 시작 되자 앞 뒤로 바리게이트가 쳐졌는데
그곳에서 매일 산책을 하던 노인이 슬픈 눈으로 바리게이트를 바라보는 눈빛을 나는 봤다.

이런 흐름 속에 나는 긴호흡을 갖기 힘들다.
너가 어떻게 변하는지, 저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것에 맞추어 나는 어떻게 움직여지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

가끔씩 그 변화는 '새 것' 뿐만이 아니라 편의성을 위해 오기도 한다.
요즘 강산이 성미산에 중고등학교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나도 그에 찬성한다.
그 마을 사람들은 찬성, 반대 두 파로 나뉘어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값과 자신의 자식들이 좋은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싶게 한다는 것이 이유다. (지금 있는 중고등학교는 면적이 좁아 화장실도 없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문제는 인간이냐 아니면 또다른 가치들이 존재하고 있냐(물론 궁극적으로는 그 또한 인간을 위한 것이 되겠지만)로 되어버린다.
우리가 왜 사느냐, 어떻게 살아야하냐.
인간의 많은 문제들은 원론적으로는 결국 이 고민이 존재하고 있는 듯 하다.

근데 누가 말하길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단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가 왜 사느냐 어떻게 살아야하느냐도
나,너,우리,이곳을 중시한다면 결국 답에 도달하게 되어있다.

3. 나는 왜 카페에 가나
요즘 맨날 홍대간다

카페가러
카페에서 뭐하는데
작업, 그리고 이야기?

나 아무래도 바람기가 있다. 어디론가 가고싶은가 보다.
지금은 엉덩이에 힘빡주고 앉아있을 땐데.
돈안쓰고 내 일에 생산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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