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에 관한 위트있는 프랑스 영화 "탕기"
나는 월급을 받는다. 지난 6월부터.
액수는 한달에 약 70만원 정도 (원래는 83만원 세금 떼고 73만원)
"엄마 생일선물에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요?) 하고 분홍신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뭐긴 뭐야, 경제적으로 독립해야지~ 너 그 월급받고 뭐에써. 흥청망청 쓰지마!"
라는 소리를 대뜸 들었다.
처음 드는 감정. 솔직하게 말하자면
'뭘 알고 저러는 걸까?'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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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월세집은 보증금 500에 월세 35만원이다.
밤비와 나누어 내면 각각 식비(쌀, 계란, 야채, 우유, 두부 등), 관리비, 전기세, 물세, 가스세, 생활필수품 포함
40만원씩 내고 있다.
거기에 전화비나 인터넷비, 유흥비, 문화생활비 등은 제외되어있다.
전화비 약 4만원
인터넷 2만 5천원
유흥비 + 문화생활비(옷값 포함) 10만원
외부식비 3만원
교통비 3만원
영어학원 25만원
하면 벌써 87만원이다.
내가 월급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돈의 한계를 넘어버린다.
거기에 급작스럽게 쓰이는 병원비 혹은 사고비 등을 생각하면 여윳돈을 생각해놔야 하고 저금해야할 돈도 있다.
88만원세대, 88만원세대 하지만 정말 88만원세대로 내가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학원을 다니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다.
물론 각오하면 그렇게 살 수 있기는 하다.
정말 아끼고 아껴 사람 만나지 않고, 옷사지 않고, 영어수업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나는 고립되어 버린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돈이 든다. 커피값만 5000원이다.
옷을 사지마 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내가 꾸질꾸질하게 입고다니면 이미지 관리를 요구한다.
취업하려해도 기본이 토플, 토익에 자격증, 대학, 내가 어느 대회에서 입상했는가를 요구한다.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뿅하고 만들어낼 수가 없다.
사회에서는 어느정도의 스펙을 요구하고 그것에 따르려면 또 내가 얼마만큼의 값을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돈을 써야 한다.
이 상황에서 독립하라니.
말이 되는 소린가? 싶다 (차라리 밥이라도 한번 사주시면서 말씀하시던가.)
내가 일주일 동안 영어수업을 받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과 시급 4500원을 받으면서 알바를 하며
독립을 하는 것중 무엇이 나에게 보탬이 되냐 물으면
나는 당연히 영어수업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내가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지만...)
영화 안의 탕기는 심리적으로 부모님에게 독립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구조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저런 한심하단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억울하다.
창의서밋에서
부모님이 없어져버린 청소년 나는 어떻게 살것인가 이런 주제를 갖고 창안대회를 가졌는데
1등의 작품 제목이 "나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보면서 생각했다. 가짜다.
나는 혼자다.
아무런 베이스 없이 사회에 뛰어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아무런 안전망도 없다.
아니 안전망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것또한 최소한에 최저의 질이다.
실제로 혼자 자립하면서 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처절하다.
그 친구는 먹고사는 것에 허덕인다. 대학갈 돈도 없다.
우리 회사에 있는 대학교 4학년 친구는 학자금만 1500만원이란다.
홍대 법대에 다니는 한 형은 학자금만 2000. 그는 자신이 변호사가 되면 가볍게 값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20대들이 졸업하기 전 빚부터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30, 40대들은 20대들의 상황을 너무 모른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돈이 없다는 것은
개인의 이미지, 개인의 생활양식을 완전히 추락시켜버린다.
사람못만나고 자기 이미지 연출못하고 자기개발못하고.
한마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오기만으로 되는 시대도 끝났고
호기만으로 되는 것도 어느정도의 기본 바탕이 된 사람만 가능하다.
요행도 없고 나의 모든 가치는 서류로 정리 가능하다.
아니면 빽이 있던가, 연줄이 있던가. 천재던가.
대부분의 똑똑한 친구들은 그걸 다 알아버렸다.
그래서 자기개발, 자기 스펙에 힘쓴다.
뭔일이 터져도 80년대의 그 때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순간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구 잘못인가? 를 따지면 안되는 문제지만
이게 우리 20대에게 따져서 될 문제인가?
개인에게 독립하라고 한심하듯 이야기하면 풀리는 문제인가?
우석훈 박사님은 20대들이 토플책을 버리고 바리게이트를 치고 짱돌을 던지라 하지만
과연 그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연. 우석훈도 프랑스유학 다녀오신 '박사'님인데...)
점점 더 상황은 안좋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향한 대우는 좋아질 기미가 없고
사람은 여전히 연줄과 대학, 점수로 그의 질이 결정된다.
일할 곳은 점점 없어져가고
(어떤 미친 네티즌은 공장가서 일해도 돈받겠다고 하는데 씨발 개새꺄 너가 거기가서 일해봐)
하고싶은 것 하면서 먹고살기도 점점 힘들어진다.
때문에 하자도, 정부도, 세계도 창의에 눈길을 돌리는 듯 하다.
창의적인 일자리, 창의적인 생각, 창의적인 상상이 지금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실 조금 막연하긴 하지만 ㅎㅎㅎㅎㅎㅎㅎ)
하지만 나는 그것도 그렇지만.
정부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기성세대들이) 사회적약자와 20대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십대들의 목소리도 좀 더 커져야한다.
사실 사회가 바뀌기는 힘들고 기성세대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매직같은 일이다.
더이상 기성세대들의 -무한경쟁과 물질주의-틀에 갇혀 사는 것은 거부하면 안될까?
돈보다는 서로가
점수보다는 상상이
노동보다는 놀이가 대우받으면 안되는 것인가?
젊은 피로 재밌고 즐겁고 위트있고 빈틈을 노리는 일들을 하자.
궁핍하게 사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되 궁핍으로 세련됨을 노리자.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다.
나부터 그러자...
응 ㅠㅠㅠㅠ
졸린김에 끄적여봤다...일어나서 다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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