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커피’ 이어 ‘착한 패션’도 뜬다
런던·파리·밀라노의 ‘윤리적 패션’ 국내도 열풍
- 올해 초 런던 패션위크 개막식에서 영국의 대표적 소매점인 막스&스펜서, 테스코, 세인즈버리 등 300여곳이 ‘지속가능한 패션 행동계획’을 약속했다. 제3세계 어린이 노동을 착취하지 않은 공정무역 섬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유기농 면의 사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패션의 중심지인 런던·파리·밀라노 등지에서 ‘윤리적 패션’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국내에도 그 열풍이 불고 있다. 자신의 몸을 치장하기에 이기적인 소비 행위로 치부됐던 패션 분야에까지 ‘착한 소비’ 운동이 스며든 것이다. 윤리적 패션은 옷의 재료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 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생각하는 옷 입기를 말한다. 주로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되거나 친환경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만든 옷을 뜻한다.
#옷의 공정 과정까지 생각하는 패션/>◇(왼쪽)알루미늄 캔 뚜껑을 이용해 만든 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의 공정무역 원피스.◇(오른쪽)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개리 하비의 드레스.
경기도미술관에서 10월 4일까지 열리는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 전시회는 윤리적 패션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실험을 집약해 보여준다. 국내에서 간헐적으로 친환경 패션쇼가 열리긴 했지만 공정무역과 재활용 의상, 민속 의상 등 윤리적 범주로 묶을 수 있는 패션을 모두 아우른 전시회는 처음이다. 국내 디자이너 그룹과 해외 6개국의 디자이너, 건축가, 설치미술가, 사진작가 등 19팀이 참여한다. 황록주 큐레이터는 “윤리적 패션이라는 것은 옷을 입는 아주 기본적인 행위로 새로운 가치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는 재활용 알루미늄 캔 뚜껑을 사용해 브라질의 지역공동체 여성들과 함께 엮어 드레스, 가방 등을 만들었다. 그의 작업에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운영하는 ‘그루’는 공정무역 의류와 액세서리 등 패션 소품을 만들어내는 공정무역 브랜드다. 그루의 대표 작가인 홍승완은 이번 전시회에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생산자와 직거래로 원단을 공급받아 만든 의상을 선보였다.
영국의 마크 리우는 단순히 버려진 옷을 다시 입는 차원을 넘어서 제작단계부터 버려지는 옷감을 최소화하게 디자인했다. 일본의 기모노 등 원단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동양적 제작방식을 차용, 서구식 공정과정에서 15%가량 떨어져 나가는 옷감을 거의 없앴다.
이 밖에 영국 디자이너 개리 하비는 버려진 신문지로 우아한 오뜨꾸뛰르 드레스를 제작했고, 홍콩의 모바나 첸은 문서 절삭기의 파지를 손뜨개질로 엮어 옷을 만들었다.
#옥수수전분 웨딩드레스 등 윤리적 패션의 진화◇(왼쪽)까르뜨니트의 한지 니트 카디건. ◇(오른쪽)옥수수전분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이경재의 웨딩드레스.
윤리적 패션의 초기 방향을 제시한 친환경·재활용 패션은 국내에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쐐기풀, 한지, 옥수수전분 등을 이용한 천연섬유가 국내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고 이를 이용한 옷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패션디자인 업체 ‘오르그닷’은 20∼30대 젊은이 10여명이 친환경·공정무역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돕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의 이경재 디자이너가 옥수수전분이나 쐐기풀, 유기농 면으로 만든 웨딩드레스는 폴리원단의 일반 웨딩드레스와 달리 폐기돼도 저절로 분해돼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제품 탄생 단계부터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면서 ‘에코 웨딩’이라는 문화적 이슈도 만들고 있다.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도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재인 전통 한지로 만든 한지 니트 카디건과 재킷을 최근 선보였다. 전통 한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한지사 섬유를 사용했으며, 암모니아·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환경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소취기능도 있다.
쌈지의 ‘착한 가게’는 작가들이 기계를 거치지 않고 수작업, 재활용, 리폼 등의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다.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해 지갑이나 가방, 구두를 만들거나 천연 염색을 한 넥타이와 스카프, 수제 가방 등을 만드는 등 제작 전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그루를 비롯한 공정 상품, 매력적이긴 한데 값이 너무 비싸.
답글삭제작년 겨울에 선물하고픈 마음이 마구 이는, 예쁜 스카프를 그루에서 발견했는데 가격이 8만원. 공정한 건 알겠는데.... 사지는 못하겠더라.
@ㅅ - 2009/08/01 07:40
답글삭제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