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5일 수요일

똘스또이의 편지

“당신의 두 작품은 모두 동시대의 문제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방자치회의 문제점들, 문학작품의 경향성 그리고 여성의 해방 등을 논쟁적 필치를 통해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 세계에서는 그런 문제들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 어디에도 그런 문제들이 자리 잡을 공간이 결코 없습니다. 여성의 해방이나 문학적 파당성에 관한 문제는 당신이 속해 있는 뻬쩨르부르그 문학계에서는 분명히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단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작은 진흙탕 구덩이의 한복판에 빠져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빠져있는 그 구덩이를 넓은 바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술의 목표는 사회적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 - 수학자들이 말하고 있듯이 - 것입니다. 예술가의 목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논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예술가의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수많은 양상들을 펼쳐내는 삶 그 자체를 사랑할 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결의 관점을 논박의 여지없이 정립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다고 격려를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런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단 두 시간도 허비하지 않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쓸 작품이 20년이나 지난 다음에 이제 겨우 어린아이에 불과한 사람들에 의해 읽혀질 것인데, 그들이 그 작품 때문에 울다가 웃다가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내 온 삶과 모든 열정을 그런 작품의 창작을 위해 쏟아 부을 것입니다.”

- 동시대 작가 뾰뜨르 보보리낀에게 보낸 똘스또이의 편지(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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