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일 월요일

첫 : 김혜순

김혜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내가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속에서 슬며시 스며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이 여기올 때 거기서 가져온 것

나는 당신의 첫을 끊어 버리고 싶어

 나는 당신의 얼굴 그속의 무엇을 질투하지

무엇이 무엇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마도 당신을 만든 당신어머니의 첫 젖 같은것

그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첫


당신은 사진첩을 열고 당신의 첫을 본다

아마도 사진속 첫이 당신을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사랑하는 첫은 사진속에 숨어있는데

당신의 손목은 이제 컴퓨터 자판의 벌판위로

기차를 띄우고 첫 첫 첫 첫  기차의 칸칸을 더듬는다

당신의 첫 어디에 숨어있을까

그 옛날 당신의 몸 속에서 뿜어지던

엄마젖으로 만든 수증기처럼 수줍고 더운 첫

뭉클뭉클 전율하며 당신몸이 첫

첫을 만난 당신에겐 노을속으로 기러기떼 지나갈 때 같은 간지러움

지금 당신이 나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고 있으므로

당신의 첫은 살며시 웃고 있을까

사진속에서 더 열심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까

엄마뱃속에  몸을 웅크리고 매달려 가던

당신의 무서운 첫 고독이여

그 고독을 나누어먹던 첫사랑이여

세상의 모든 첫 가슴엔 칼이 숨어있다

첫처럼 매정한 것이 또 있을까

첫은 항상 잘라버린다

첫은 항상 죽는다

첫 이라고 부르른 순간 죽는다

첫이 끊고 달아난 당신의 입술 한 점

첫 첫 첫 첫 자판의 레일 위를 몸도 없이 달려가는 당신의 손목 두 개

당신의 첫과 당신

뿌연 달밤에 모가지가 두 개인 개 한마리가 울부짖으며 달려가며 찾고 있는 것

잊어버린 줄도 모르면서 잊어버린 것

죽었다

당신의 첫은 죽었다

당신의 관자놀이에 아직도 파닥이는 첫


당신의 첫 나의 첫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첫

오늘밤 처음 만난 것처럼 당신에게 다가가서

나는 첫을 잃었어요 당신도 그런가요 그럼 손잡고 뽀뽀라도

그렇게 말할까요


그리고 그때 당신의 첫은 끝 꽃 꺼억

죽었다 주긋다

그렇게 말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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