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5일 일요일

어제와 오늘의 행보

 

어제 토요일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에 갔다.

연대생들과 담이 참여하고 있는 연금술사 프로젝트에서 그쪽으로 한달동안 인턴을 간다고 해서 나도 졸졸 따라간다고 이야기 한 것이 어제가 되서야 지켜졌다.

성미산마을 못지 않은 마을의 분위기에 한껏 기분좋아져서 열심히 보고 듣고 읽고 왔다.

200여명이 되는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아이들, 어른들 할 것없이 밤 늦게까지 책보고 놀고 영화보고 시 읽고. 참으로 어여쁜 장면들이 이어졌고 때문에 잠을 쉬 들 수가 없었다.

만화 닥터 노구찌, 영화 개청춘(개청춘을 보고 나서 인턴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박터지는 토론을 한번 해보고 싶었으나 개청춘의 문신한 청년은 역시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몇마디 오고 간 뒤 더 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난 그들이 소위 스카이라인에 들었기 때문에 할말이 없는 것인가? 란 생각도 들었다.왕양과 금산과 뿡이와 리사가 이리 절실할 줄이야 TT)), 요시노 이발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간다(한 세번째 보는데 역시나 엔딩장면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우에노 주리의 스파이 행보는 마지막까지 잘 지켜진 듯 하다) 를 주구장창 보다가 여섯시 넘어서 슬쩍 빠져나왔다.

 

 

집에와서 잠깐 잠을 청한뒤

등산친구 동현오빠를 만나 인왕산에 올랐다.

관악산보다 훠얼씬 길도 잘닦여 있고 고도도 낮아서 슬렁슬렁 갔다가 내려오기 딱 좋은 산이었다.

내가 스르슥슥 힘 넘치게 산 올라가자 동현오빠 하는 말이

 이십대 때는 생각없이 올라가고 삼십대 때는  사십대 때는 내려갈 때를 생각하면서 올라가게 된대

 근데 힘든데 뭔 생각을 하냐

 

 

 아 먹고 싶다는 건 아닌데 홍제동에 진짜 맛있는 순대집 있어요.

 라고 하자 오빠가 장난치듯 대답했다.  어 그래? 혼자가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겨울에 한번 더 인왕산 와서 내려갈 때 순대국 먹고 가요. 라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난 왜 기약없는 약속이 좋을까.

 

 

(산에서 내려와서는 설레임을 사서 쭉쭉 빨면서 지하철까지 내려갔다.)

 

산줄기 떨어지는 곳이 홍제동이라 삼치와 어머님 생각이 났다.

삼치에게 전화를 했다.

 나 간다

 -어디?

 니네 집에

 -왜? 지금 어딘데?

 너희 집 맥도날드 앞에

  -그럼 나 나간다.

 그럼 나 안가.

  -ㅋㅋ 알았어.

라는 정내미 떨어질법한 전화를 한뒤

 

동현오빠 먼저 보내고

나는 커피 싸들고 정겨운 삼치집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찾아온 나를 보고 어머님은 실실 웃으시며 뭐야? 이거. 라며 반겨주셨다.

 

 

나 대신 먼저 와있는 춘봉여사.

(어여쁜 길냥인데 가끔 삼치집에서 신세를 진다고 한다.)

 

오랫만에 어머님 아버님 뵈서 기분이 좋아 깐풍기 세트+짬뽕 두개를 쐈다.

 고추장 좀 담아주랴? 라고 하는 어머님의 말씀에 냉장고에 몇년째 쳐박혀 있는 순창고추장이 떠올라 손치레를 치며 나왔다.

 

이틀동안 생각지 않게 좋은 사람들 만나 배부르고 따시게 잘먹고 팽팽 놀며 주말을 보냈다.

아이 좋아라.

댓글 1개:

  1. 글 보는데 오빠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하다. 음...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