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8일 일요일

이야기꾼이 쓴 역사, 사기 읽기(수유너머 남산)

이야기꾼의 역사, 사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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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외다!"

 

 

 

 

 

   

‘수유너머 남산‘에서 여름을 맞아 청소년 강좌를 준비했다. 이번에 함께 읽을 책은 바로 사마천의 ’사기‘! 아니, 날도 더운데 왠 역사서? 그러나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서를 생각해선 곤란하다. 사기는 어디까지나 국가의 기록에 지나지 않았던 기존의 역사를 타파하고 ’열전‘의 방식으로 사람을 들여다보는 한 권의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번 강좌를 함께 하실 구윤숙 선생님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자.

 

 

Q. 다른 역사서들과는 다르게 사기열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면 어떤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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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집안은 원래 사관 출신이었어요. 사관이라는건 왕의 명령을 받아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에요. 이렇게 쓰여진 역사는 일종의 행정 문서라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여기에 자기의 생각을 개입시켜서 하나의 ‘저작’으로 만드는 일은 그 전까지 없었어요. 그런데 사마천은 자신의 개인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기록한거죠. 그게 바로 사기의 특징인데, 그 중에서도 열전이 독특해요. ‘역사에 등장하지 않을만한 인물’들이 나오거든요. 이를테면 자객 같은 인물들이 나오는거죠. 그런 사람들도 하나의 역사를 구성해낼 수 있다는게 사마천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또 본기 같은 경우는 시대의 흐름으로 이야기가 쭉 이어지니까 역사라는걸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러이러한 발전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과 같은 ‘최상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는거죠. 열전은 이런 식의 역사관을 벗어나고 있어요. 역사란 실제로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거죠.

Q. 하지만 구성이 시간 순서대로 되어있는게 아니라면, 읽는 사람으로서는 좀 헷갈리지 않을까요?관안.JPG

 

역사가 선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열전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죠. 그래도 열전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시대순으로 배열이 되어있어요. 하지만 그 시대에 그 사람만이 살았던건 아니잖아요? 어떤 편에서는 조연급이었던 인물이 그 다음 편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거꾸로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별 비중이 없는 경우도 있죠. 그것도 하나의 묘미인 것 같아요. 어떤 한 가지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가 있으니까요. “어? 저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라고 다시 생각해 볼 수가 있다는거죠.

 

 

Q.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이 사기를 읽는다는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제목은 들어봤어도 내용은 모르는 친구들이 많을텐데….

 

내용은 모르더라도 등장인물 중에서는 들어본 사람이 많을거에요. 예를 들어 진본기에 나오는 진시황 같은 경우도 많이들 알고 있는 인물이고,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와 한고조 유방 이야기도 나와요. 그러니까 사기를 읽어본 적이 없더라도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영화라든가 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접해봤을 거에요. 그러한 이야기들의 원본을 읽어보면 인물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번 강의에서는 사기라는 글 자체가 가진 특징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에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사마천의 독특한 역사관 같은게 있어요. 그게 가장 잘 드러난게 열전인데, 이번에는 그 열전 중에서도 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를 뽑아서 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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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의 도중에 낭독을 하는 시간이 있던데, 조금 의아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낭독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사마천은 명문가로도 유명했을 정도로 굉장히 문장이 좋아요. 그 명문을 번역본으로라도 읽어보고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낭독 시간을 넣었어요. 또 같이 읽어본 문장을 가지고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거에요. 강의를 쭉 듣기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잖아요. 낭독 시간은 함께 참여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인거죠.

Q. 마지막으로 강의를 들으러 올 친구들에게 ‘이것 하나 만큼은 제대로 얻어가라’고 말해주고 싶은게 있다면 어떤건가요?

 

저는 일단 친구들이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번 강의에서 다루게 될 다섯 편은 사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도저히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책을 읽어나갈 수 있게 앞길을 터주는 정도죠. 그 다음에는 친구들이 스스로 읽어나가야 해요. 그렇게 하면 자기 나름대로 사마천을 만나볼 수 있는 길이 생길거에요.

청소년 여름강좌는 7월 27일 화요일부터 시작된다. 사마천의 명문장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는 당대의 영웅들과 함께라면 올 여름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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