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1.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2. 스무 살이 되도록 별 탈 없이 살아 있는 것을 고마워하겠습니다.
3. 스무 살이 되도록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들에게 고마워하겠습니다.
4. 나와 함께 놀아 준 친구들을 고마워하겠습니다.
5.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6. 잘난 친구를 시샘하지 않겠습니다.
7.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의미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8. 불안을 젊음의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9. 하루에 단 몇 페이지라도 좋은 책을 찾아 읽겠습니다.
10. 하루에 한번 씩은 꼭 하늘을 쳐다보겠습니다.
11. 내 몸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12. 모든 생물체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습니다.
13.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찾아내겠습니다.
14. 내가 먹을 밥은 내가 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겠습니다.
15. 일이 안될 때 남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16.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겠습니다.
17. 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18. 가능한 한 한 여행을 많이 하겠습니다.
19. 악기 하나를 꾸준히 익히겠습니다.
20. 편견에 사로자히지 않도록 늘 마음을 열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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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월 나의 스무살 됨을 축복해주며 예순 네 살 먹은 헤라니 할머니가 보내준 축사-편지-당부말이다.
사리같은 스무가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스스로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씨앗들이 마음에서 자랐을 때가 내가 중학생 소녀였을 때었던 것 같다. 그 씨앗이 적재적소의 시기에 싹을 틔운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와 힘을 합해 싸워본 것, 학교를 자퇴한 것, 하자에 온 것, 멋진 어른들을 만난 것, 멋진 할머니들을 만난 것, 멋진 친구들을 만난 것, 멋진 공간을 만난 것. 자원 이상의 자원이 넘쳐나는 하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것, 그리고 이제 막 청년기가 된 이 순간에도 그런 만남을 계속 지속시킬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
그러면서 때마다 이런 가슴벅찬 블레싱을 받을 수 있는 것. 다른 것이 행복이 아니다.
성년이 된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어제는 내가 십대 때 쓴 글쪼가리들을 읽어 보았는데 그 때가 더 현명했던 것 같기도 하다. 히히.
서른까지 잘 살아보련다. 열심히 공부하고 뜨겁게 일하며 멋진 사람들과 시너지 나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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