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간 밥맛도 없고 기운도 없다 했더니 생리 기간이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비가 억수로 쏟아 내렸다.
열시간은 자고 싶었지만 약속이 빼곡하여 무거운 엉덩이를 질질 끌고 나왔다.
빗물에 발이 허옇게 뿔 것 같아 고무 쪼리를 하나 장만했다.
고무 쪼리가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참 신통방통하다. 버스에 앉아있으면 오분만에 마르니 빗물 속에 있어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덕분에 오늘 쌩쌩 잘 돌아다녔다.
저녁에는 동생과 고깃집에 갔는데 맛이 썩 좋지가 않아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참에
앞테이블에 꼬마 아이가 눈에 띄었다.
아이는 부모님과 외삼촌으로 뵈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
아이가 아빠 얼굴에 손을 착 갖다 대면서 하는 말이
아빠 감기 걸렸나봐 얼굴이 빠알갛고 지인짜 뜨거워
정말 보니 얼굴이 벌게서 터지기 일보직전의 빨간 풍선 같았다.
아이의 말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이에게 아빠 얼굴 한번 그려줄래? 하면 걸작 하나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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