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2일 목요일

100721

밤. 집으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한 남자가 씨발씨발 거리면서 옆 의자에 앉았다.

그는 제법 큰 목소리로 혼자 궁시렁거렸다.

 

 아 씨발 내가 분명히 아까 오전에 계산을 했단 말야

 분명히 이만원을 주고 만오천원을 거슬러 받았는데 만원이 감쪽같이 없어졌단 말이지

 아 씨발 어디간거지

 

말 끝마다 씨발이라 듣고 있는 내가 불쾌해질 정도였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내용이었다.

이만원을 주고 만오천원을 거슬러 받았다면 물건이 오천원이란 이야긴데

오천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누가 이만원을 내냐는 거다. 만원내고 오천원 거슬러 받지.

아무튼 그 말만 계속 되풀이 하는 모습이 꼭 광인일기의 주인공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 사람의 상황을 보면서

(꼭 씨발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나도 표정으로 씨발을 외치던 때가 많았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p.83)

 -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속에서 불이 타는 것과 같단다. 화는 불이야. 화를 내는 사람은 불타는 화로와 비슷해. 불은 땔감이 있어야 타지. 난로에 장작을 넣어주지 않으면 결국 꺼지잖아? 사람이 내는 화도 마찬가지야. '생각'이라는 땔감을 계속 넣어주지 않으면 얼마 안가서 식게 돼 있어. 화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의 다른 감정들(좋아하고 싫어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이 다 그래.

  ... 중략 ... 화는 불이고 그 불을 타오르게 하는 땔감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네 '생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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